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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視線)/희망에 낚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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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느 밤 어느 하늘 언제 다시 이런 하늘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싶어 한참을 자갈 위에 누웠다. 좋다. 공기도 커다랗게 한입 잘려나간 달 덩어리도 점점이 박혀있는 별들도 오랜만에 보는 시원한 밤하늘이다.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면서 둥근달의 변화가 생긴다는 과학적 논리도 지금 이 자리에선 원초적 감각으로 접근하게 되고 단지 넓은 하늘 밝은 달 조그마한 별들 간혹 별을 가장한 항공기의 항법 등들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지금 이 순간에 자연이 그 안의 나의 마음이 지금 이대로의 편안함을 안겨 주고 있다. 때론 삶 안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은 어쩌면 원초적인 내 안에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부는가 바람이 부는가 지금 어드메서 이 바람 불어오는가? 잃어버린 향수를 한 껏 머금고 누렇게 떠버린 이끼를 떨구려는 듯 시련의 칼날을 감추고 있는 지금 이것은 오도의 홀로됨이 이것을 원하진 않는다. 외면의 몸짓이 간절한 바램이 되어 지나치던 바람을 불러 세운다. 가녀린 풀잎 가볍게 휘어잡는 덩그런 이슬방울은 잠시 후 떠오를 태양의 시선을 멀리하려 하지만, 그런 조심스런 바램은 바람에 의해 내동댕이쳐지고, 이슬의 의미 없는 기도는 기도의 의미를 얻어 버린다. 지금 바람은 부는가. 지금 바람은... 어디서.... 머나먼 곳에 홀로 떨어져 깊은 외로움 하나 안고서 무너지는 절망을 이 몸 하나로 떠 안으며 되뇌이지.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 삶엔 모습이 있다고. 이 삶의 관계가 있기에 너와 내가 있다고. 삶은 그 ..
별 노을이 한 움큼 머물다간 자리에 지친 어둠이 밀려든다. 잔뜩 눌러진 어둠 아래로 나의 시선이 고개를 들면 작은 희망이 하나 둘 피어나고 초라한 삶에 지쳐 흐르던 눈물의 자리를 이젠 희망이란 꽃들이 자리한다. 싸늘히 숨죽인 대지 위에 누워 꿈이란 망망대해에 머리를 가로 뉘이면 희망의 실타래는 한 올 한 올 가슴으로 안겨온다. 때론 길 잃은 아이처럼 목놓아 울기도 하고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나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유성의 시간만큼이나 흘러 흘러 동경의 빛은 엷어만 가고 난 오늘에 마침표 하나 꺼내 지친 하늘에 건네준다. 이 상이한 공간에서 넌 나에게 남은 마지막 별이 되어 지금에 날 지켜주고 난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눈을 감아 버린다. 그 어느 시절 나의 시간 속 별은 나에게 의미였다. 때론 휴식이었고 ..
봄비 봄비 내리고 있다. 내리고 있다. 내리고 있다. 내리고 있다. 또 오 옥, 또 옥 조금씩, 조금씩 내리고 있다. 망설이는 발걸음처럼 한 발 한 발 내리고 있다. 지금 창밖엔 봄비가... 하늘 향한 가슴을 커다랗게 열어 놓고 찬기 전해오는 맨바닥에 누워 조금씩 젖어만 가는 마음을 느낀다. 겨울은 지나고 봄이 돌아온다. 겨울을 가고 봄은 온다. 계절은 흐른다. 나도 흐른다.
그리움도 가슴에 묻으면 사랑 그리움도 가슴에 묻으면 사랑 이름 없는 답변으로 되돌아온 나의 이름 네 앞에 내 놓을 것 없는 작은 나로선 네게 전할 작은 그리움조차 망설임이다. 내 곁에 다가와 있는 지금에 너의 모습도 초라한 나로선 새하얀 어둠으로 간직되고 너의 대한 그리움의 낫 장들은 너의 신앙 안에 숨죽인 가녀린 내 모습이다.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그 그리움 안에서 또 다른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그 간절함 속에서 서성이지만 이대로의 시간을 원치 않기에 너에게로 새하얀 그림자를 전한다. 이미 넌 내게로 안겨온 아픔이니까! 작은 눈으로 작은 마음으로 작은 생각으로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 그저 이렇게 바라만 본다는 것 이 초라한 사랑. 마음이 설레이나 생각은 움추린다. 마음은 미덥지 못하고 내 몸은 행동하지 않는다. 계절은 흘렀지만 난 세..
11월의 산능선 p40 11월의 산능선 어느덧 11월도 중순을 향해 걸어가고. 산 능선의 나무들은 하늘 향한 길을 열어 놓고 이제는 잊혀져 가는 푸르름의 향연은 놓아 버린 꿈이 되어 버렸다. 낙엽이 져 앙상히 남아 있는 산 능선 그 곳에 서 있는 몇 그루의 나무들을 통해 짛 푸른 하늘을 본적이 있는지? 그 쓸쓸함을 느낀 적이 있는지? 그 자유로움을 안아 본적이 있는지? 계절은 바람을 닮아 그림움을 품고 계절은 하늘빛을 닮아 추억을 새긴다. 이 가을이 지나면 그리움 하나와 추억을 엮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다.
자 유 p.39 자 유 내게 가로 한 뼘, 세로 한 뼘에 자유가 주어진다면, 난 그 속에서 내 욕심의 보따리를 내던지고 싶다. 기쁨도, 슬픔도 미움도, 진실도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그 속에서 한 덩어리가 되어 나를 잊어버리게. 자유로움으로 인해 자유를 잃은 모습 그 자유를 찾아 나서는 길. 어쩌면 자유를 외치는 그 모습보다 더욱 자유스럽지 못한 몸부림일수도 있다. 자유라는 글자안에 자유를 가두고 행복이란 글자안에 행복을 가두고 있다. 놓아두고 잊더라도 언 땅을 녹이는 새싹마냥 그냥 그렇게 얼굴을 내민다. 
밤비(둘) p.37 밤비 (둘) 어두운 밤 홀로 깨우는 조용한 님의 발걸음 메마른 내 마음 적시는 그댄 나의 눈물이지요. 어디선가 손내밀 것 같은 너의 모습 그 손길을 찾아 낮은 하늘 그 하늘 한번 바라다본다. 애잔함이란 메마른 나의 심장을 위한 단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