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오늘 담기/삶 나누기 오늘

[일상] 비(雨)

1970년 말 80년대 초 내가 기억하는 부천..복사골.. 지금의 소사동..

병풍처럼 나즈막한 산으로 둘러 쌓여 있고 논과 밭 너머로 소 울음 소리가 반겨준다.
이제는 생소할 것 없는 아파트의 모습이 무척이나 생소했고 서서히 층수가 올라가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곳이 지금의 한신아파트이다.
낮은 산 능선을 따라 텃밭이 있고 주변으로 논 밭들과 소를 먹이는 집 몇 이 듬성듬성 위치했던 지역이다.
지금의 소사초등학교 옆으로는 작은 개천 흘렀고
현재는 복개천되어 그 흔적 조차도 기억에 두고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곳이 뉴타운 사업을 통하여 조만간 세상의 빛을 본다고 한다.
내 노닐던 개천이 복개천이되고 차와 사람들이 다니는 길 아래 하수구 되고 이제 다시 사람 눈과 발길이 머무르는 개천이 된단다.

내가 기억하는 그 시간

토오옥.. 토오옥...톡...톡....톡.톡.톡..
비가 내린다.
한 두방울 흙 먼지를 일으키면 내리던 빗방울은 어느덧 물과 물이 뒤썩여  물의 막을 만들어 간다.
팅팅... 팅
양철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잠 속으로 빠져드는 정신을 한 동안 소리에 귀를 기우리게 한다.
저녁 해가 기울고 내리기 시작하는 비는 안 그래도 어둠과 버무려진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에 활력을 더해준다. 몇 일간 장마 비라도 지속되면 언덕 능선을 따라 모아진 빗물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물길을 만들어 가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물놀이를 시작한다.
종이배를 띄우는 아이 돌도 쌓고 흙도 쌓아 물길 바꾸려는 아이

이도 저도 아닌 아이들은 마냥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게 비라도 장시간 내리는 날이면 온 동네가 시뻘건 속살을 드러낸다.

나이가 들어 어느 날 문뜩 빗줄기가 마른 대지를 적시는 날이면 옛 기억 속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노니는 나를 그려본다.